
감나무가 있던 단독주택에서 살던 부부 건축가가 작고 낡은 빌라로 이사 왔다. 18평 작은 집은 건축가 부부의 아이디어로 새롭게 태어났다.

단단한 안정감을 주는 동네를 찾다.
부암동을 지나 도시의 켜 안으로 한 발짝 더 들어간 동네. 북한산 능선에 자리한 구기동은 전체적으로 왠지 모를 안정감이 느껴진다. 한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동네 주민들의 편안한 분위기 때문일까, 낡았지만 잘 정비된 풍경 때문일까. 혹은 능선에 순응하며 지어진 나지막한 빌라들이 편안한 느낌을 주어서인지도 모른다. 골목길 어디서나 북한산이 품어 기른 나무의 초록이 눈에 걸리고, 아침저녁으로 새소리가 귓가를 간질인다. 한번 발을 디디면 누구든 터를 잡게 된다는 동네는,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하고 고즈넉한 매력적이 있는 곳이다.
건축가 부부 박혜선, 오승현 씨는 그 정취에 반해 구기동에 자리를 잡았다. 결혼 6년 차, 멋진 감나무가 있는 주택에서 전세로 신혼집을 시작했고 이사할 때가 되자 살림을 줄여 콤팩트한 공간으로 옮기며 내 집을 장만하기로 했다. 부부에게 평수는 큰 의미가 없었다. 좋은 동네 분위기와 산자락에 자리한 집이라면 자연을 벗 삼는 단독주택의 장점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는, 전망 좋은 이 집을 찾아내 소박한 공간으로 단장했다.

더하고 빼 담백하게 태어난 18평 빌라
오래된 다세대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은 방 하나하나 크기가 근래 지어진 것들에 비해 넓다. 큰 방 2개와 큰 거실 하나가 있는 낡은 빌라의 18평 작은 집은 부부와 고양이 3마리가 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작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했다. 부부 건축가는 지나치게 큰 공간은 쪼개고 작은 공간은 연결했다. 먼저 현관 옆 주방과 거실 사이에 수납공간을 둔 큰 벽을 새로 만들어 공간을 분리했다. 안방은 반으로 쪼개 드레스 룸과 침실 공간으로 나눴다. 작은 욕실 2개는 합쳐서 하나로 만들고, 거실 문을 없애 개방감을 높였다. 작은 방 하나는 부부가 함께 쓰는 서재로 단장했다.
발코니에 대한 부부의 기호도 재미있다. 푸르른 북한산 자락을 향해 난 작은 발코니는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작은 집은 발코니를 확장해 실내 공간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확장 대신 적극적으로 실내와 연결해 맨발로도 나갈 수 있게 바닥 타일을 다시 깔고 한쪽에는 잡동사니를 넣을 수 있는 창고를 만들어 바깥바람을 쐴 수 있는 테라스처럼 꾸몄다. 햇볕을 좋아하는 고양이들을 위한 놀이터이자 부부가 아침에 선선한 산바람을 맞으며 잠을 깨고, 저녁에 하루를 마무리하는 휴식 같은 장소다. 벽 곳곳에 수납장을 만들어 모든 짐을 정리해 넣었고, 대부분의 공간은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집의 공간 활용을 높였다. 특히 안방과 주방 사이에 설치한 커다란 슬라이딩 도어는 평소엔 열어두어 모든 공간을 통하게 하고 필요할 때만 닫아 침실과 거실, 주방을 분리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 맞벌이 부부로 평소 많은 방은 필요 없지만, 때때로 방문하는 지인들과의 모임에서는 공간을 나눌 필요가 있었기에 생각한 묘안이다.

1. 거실에서 바라본 드레스 룸. 큰 방의 공간을 분할해 복도식 드레스 룸을 만들었다. 이곳을 통해 안방으로 들어간다. 오른쪽에 설치한 슬라이딩 도어는 평소에는 열어두고 필요할 때는 닫아 공간을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2. 드레스 룸에서 바라본 안방 모습. 한식 느낌이 나는 격자창에 가구를 낮게 배치해 작은 집을 넓게 쓰는 지혜가 엿보인다.
3. 침대만 두어 작고 심플하게 단장한 침실. 리모델링은 집의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는 과정이었다. 바닥을 드러내 평평하게 새로 다진 뒤 타일로 마감했고, 발코니 창과 창문을 모두 교체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내부에 단열재도 보강했다.
도시 주거의 새로운 대안, 빌라 리모델링
“많은 사람이 아파트를 떠나 사는 것에 겁을 내요. 신혼부부나 젊은 부부가 서울에서 아파트를 소유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아파트 말고 다른 주거의 가능성은 없는지 늘 고민해왔는데, 모두 똑같은 방법이 아니어도 충분히 좋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공간을 재배치하고 단열재로 실내를 보강한 뒤 창호까지 모두 교체하는 데 든 비용은 4000만원 남짓. 집값까지 포함하면 2억5000만원 정도에 모두 해결한 셈이다. 소파와 TV, 침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가구가 붙박이라 별도의 지출도 없었다. 아파트라는 유형의 허상을 내려놓고 새롭게 발견한 ‘좋은 집’의 가능성이다.
이사 후 부부는 아침마다 조깅을 한다. 주말이면 북한산 둘레길로 산책도 나선다. 동네가 주는 안정감이 부부의 삶에도 차분히 스미기 시작했다. 공간을 개척하는 두 건축가에게서 보다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본다.

1. 세련된 그레이 톤으로 단장한 작은 주방. 다용도실로 나가는 문도 시스템창호로 만들어 새는 에너지까지 잡았다.
2,5. 거실과 맞닿은 방은 문을 없앤 뒤 부부의 작은 서재 겸 작업실로 만들었다. 한쪽 벽을 채운 책장 역시 철판을 접은 뒤 그 위에 나무를 켜켜이 쌓아 만든 것으로, 책이 늘어나면 계속 확장할 수 있다.
3. 드레스 룸 안쪽에서 본 거실. 유리로 마감한 상부장에 공간이 비치며 집이 넓어 보인다. 오른쪽은 안방으로 들어가는 통로다.
4. 거실에 하나, 안쪽 방에 하나 있던 작은 화장실 2개를 합쳐 욕실을 길게 만든 뒤 세면대가 있는 쪽은 건식 시공했다.
기획 : 정사은 기자 | 사진 : 양우상 | 취재협조 : 서가건축사사무소(02-733-4641, blog.naver.com/designseo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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