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석희.신동연] 여주는 강변마을이다. 한강의 옛 이름이 '여강'이었던 것은 그 물줄기가 여주 땅을 휘감고 나와서다. 최근 4대 강 살리기 사업으로 만든 보(洑) 중에서 한강에 들어선 세 개가 모두 여주군에 있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4대 강 사업 완공식 행사도 바로 여주에서 열렸다. "4대 강 사업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지역이 여주"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여주는 4대 강 사업으로 전국적 관심을 모았다. 이번 달 '가족과 떠나요, 경기도 하루 여행'은 4대 강 사업으로 뜬 화제의 현장 여주를 찾았다.
글=이석희 기자 < seri1997joongang.co.kr >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 sdy11joongang.co.kr >

1. 4대강 살리기 일환으로 전국에 만든 16개의 보 가운데 여주에만 3개가 있다. 황포돛배를 형상화한 강천보도 그중 하나다. 아름다운 조명이 환하게 불을 밝힌 강천보.
# 이포보 - 백로가 거대한 알을 품은 형상
양평 쪽에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여주 땅에 들어서자마자 남한강에 둥둥 떠 있는 듯한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포보. 4대 강의 고장 여주 여행의 시작점이다. 이포보는 4대 강 사업 완공과 함께 여주의 명소가 됐다. 워낙 커서다. 조형물의 긴 쪽 길이가 18.2m이고 무게는 45t이나 된다. 시선을 사로잡는 둥그런 모양의 조형물은 백로 알을 상징한 것이다. 이 안에 수문을 끌어올리는 권양기가 들어 있다.
이포대교 바로 하류 쪽에 건설된 이포보는 여주의 군조(郡鳥)인 백로를 형상화했다. 백로가 보 중앙에 있는 알 7개를 품고 있는 모습이다. 이포보는 다른 보와 달리 곡선으로 만들어져 전국 16개 보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안개가 자욱한 아침이면 더 아름답다고 한다.
보 위를 직접 걸어봤다. 길이 706m로 남한강 풍치를 즐기며 천천히 걸으면 10여 분 걸린다. 상류 쪽으로는 새로 만들어진 당남리섬과 여주저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공도교라고 부르는 이 다리 길은 사람과 자전거가 함께 다닌다. 조만간 자전거족 사이에서 명소로 떠오를 것 같지만 아직은 자전거 대여시설이 없다.
이포보 주변은 다양한 레저시설로 가득하다. 오토캠핑장과 야구장이 들어선 스포츠 파크를 비롯해 야생초화원·생태습지공원·가족 피크닉파크·수중광장 등도 있다. 올 연말 완공 예정으로 막바지 손길이 분주한데 내년부터는 수도권의 새로운 나들이 명소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방법
서울시청에서 출발, 국도 37번을 따라 두 시간쯤 달리면 막국수로 유명한 천서리가 나온다. 그 앞에 이포보가 있다.

# 강천보 - 자전거 여행의 신흥 명소
강천보는 이포보에서 자전거 길로 22㎞ 상류에 있다. 4대 강 사업을 하면서 조성한 남한강 자전거 길 중에서 '행복한 소풍길'과 '문화의 향기길'이 바로 이 코스인데 자전거를 타고 한 시간 남짓 걸린다. 강천보는 여주에 있는 보 3개 중에서 가장 상류에 있다.
강천보 자전거 여행은 금은모래 강변공원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주변에 널따란 운동장도 있고, 오토캠핑장도 잘 마련돼 있다. 온갖 야생화를 모아놓은 생태공원 안쪽에 미니어처 구역도 조성했다. 중원고구려비·적성총·경복궁 등 문화유산이 미니어처로 설치돼 있다.
강변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10분쯤 상류 쪽으로 가면 강천보다. 강천보는 옛날 남한강을 누볐던 황포돛배의 형상을 하고 있다. 밤에는 은은한 조명을 받아 그럴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후 6시에 불을 밝힌다.
다음 목적지는 강천섬이다. 남한강을 옆에 끼고 5㎞쯤 달리면 나온다. 원래는 방치된 섬이었는데 강천보를 만들면서 요즘 한창 단장을 하고 있다. 강천섬을 남이섬에 버금가는 수도권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게 여주군의 야심 찬 계획이다. 금은모래 강변공원에서 강천섬까지는 8㎞ 거리. 왕복 3시간이면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
●이용방법
금은모래 강변공원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1인승 자전거 대여비 5000원, 2인승은 7000원(1시간 기준).
# 영릉과 신륵사 : 여주의 대표적 두 명소
여주는 4대 강의 고장 이전에 역사의 고장이다. 천년 고찰 신륵사가 있고, 세종대왕과 효종대왕릉이 있고, 명성황후 생가도 있다. 이 중에서 4대 강 사업지와 가까운 두 곳을 소개한다.
우선 영릉. 세종대왕과 부인 소헌왕후의 합장 묘가 영릉이다. 물론 영릉도 조선시대 왕릉이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영릉은 여느 조선 왕릉보다 월등히 크다. 이유는 다소 뜻밖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진행됐던 성역화 작업의 결과다. 다른 왕릉은 정자각까지만 갈 수 있는데, 영릉은 좌우 계단을 따라 능 앞까지 올라갈 수 있다. 왕릉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어 문인석·무인석·석호(石虎)·석양(石羊) 등 능 주변에 설치한 조각물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최근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입장료 500원.
영릉에서 나와 여주 읍내를 에둘러 여주대교를 건너면 바로 오른쪽이 신륵사 주차장이다. 주자창에서 5분 거리에 우리나라 유일의 강변 사찰이라는 신륵사가 나온다. 신륵사에 가면 꼭 들러야 할 명소가 있다. 남한강 절벽에 세워진 전각 '강월헌'이다. 강월헌에 걸터앉으면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륵사 전탑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는 600년 묵은 은행나무가 있다. 이 나무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다. 수십 년 전 은행나무가 벼락을 맞아 나뭇가지가 부러졌다. 그런데 부러진 가지가 세월이 지나면서 관음보살이 기도하는 모습을 닮아가고 있단다. 그래서 요즘 이 관음보살 닮은 가지를 보러 신륵사를 찾는 발길이 전국에서 이어진다. 천년 고찰은 전설도 새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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