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도 지나고 본격 가을 여행시즌이 열렸다. 하지만 알록달록 단풍은 아직 이르고, 햇살은 따갑다. 이 같은 간절기에는 제철 별미기행이 제격이다. 가을의 초입은 먹을거리도 풍성해져 미식기행을 떠나기에 적당하다. 서해안 또한 이맘때 미식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서늘한 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꽃게'와 '전어', '대하'가 별미거리로 오르내린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 속살이 야들야들 고소한 꽃게, 고소한 그 맛으로 대가리 속에 참깨가 서 말이라는 전어는 왕성한 가을 입맛을 채워줄 최고의 별미거리가 된다. 이즈음 서해안 최고의 황금어장을 품고 있는 충남 서천군 월하성포구홍원항을 찾으면 이들 맛난 미식거리를 만날 수 있다.
월하성포구-홍원항(서천)=글·사진 김형우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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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잡이 배에 오르다
추석을 목전에 둔 9월 초순, 꽃게잡이의 명소인 충남 서천군 서면 월하성 앞바다를 찾았다. 월하성 해역은 금강하구가 가까운데다 개펄이 기름져 사철 어패류가 넘쳐나는 황금어장이다. 겨울엔 숭어와 잠뱅이, 봄은 주꾸미, 초여름까지는 도다리, 갑오징어가 잘 잡힌다. 여름 금어기를 지나 초가을부터는 꽃게와 전어 떼가 몰려드는 등 철철이 맛나고 싱싱한 해물이 넘쳐난다.
월하성 마을에서 26년째 조업을 하고 있다는 김영두(56)-김연희 씨(53) 부부의 배를 따라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마침 추석 대목을 앞두고 이웃 친지들과 나눠 먹을 꽃게를 건지러 앞바다에 나서려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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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월하성 포구에는 벌써 어민들이 나와 조업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오전 3시부터 나왔다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김 씨 부부 소유의 삼보호(1.86톤급 연안자망)에 함께 올랐다. 초가을 바닷바람은 차갑다. 윈드재킷 지퍼를 한껏 올려도 질주하는 선상의 찬바람에 절로 고개가 파묻혀 진다.
월하성포구의 꽃게조업은 이미 8월 하순부터 시작됐다. 금어기가 해제된 지난달 21일 부터 10월말까지는 꽃게 그물을 건져 올리게 된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용케 계절의 변이를 알아차린 꽃게 떼가 월하성 앞바다에 나타나 어민들을 흡족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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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하다보니께 기냥 눈 감고도 되는 거지 뭐, 별 거 없시유. 온 바다가 내 것이라 맘에 드는 디다가 그물 치고, 내일은 또 다른 디다가 치고(하하하)."
김 씨 부부는 전 날 쳐 놓았다는 그물을 당기기 시작했다. 첫 그물부터 제법 토실하게 살이 오른 꽃게가 따라 올라오기 시작했다. 꽃게에 섞여 조기도 간간히 걸려들었다. 하지만 대부분 그물에 걸린 놈들은 어른 손바닥만 한 꽃게들이다. 부부의 얼굴엔 연신 화색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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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양반들은 계산을 간단허게 허더라구요. 가령 김영두가 하루 조업을 해서 1만 원을 버니께 한 달이면 곱하기 30, 그래서 월수 30이라고 못밖어 버려유. 근디 택도 없시유. 그렇게만 됨사 팔자 좋지유. 기름 값에 어구값, 이것저것 제하고 나믄 밸로 이문이 없다니께. 맨날 바다에 나갈 수도 없구 말여."
김씨는 어민들의 현실을 얘기하는 대목에선 볼이 움푹 패일 정도로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 당기고 또 내뿜었다.
"모른다니께, 암두 몰러. 어민들의 속 타는 심정을…. 꽃게는 다리에 그물이 칭칭 감겨서 그물을 한두 번 쓰면 다 버려야 하거든. 게다리가 끊어지면 상품 가치가 없어지니께, 그물부터 찢어야 하는 걸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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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다. 때문에 월하성마을 사람들은 조업을 마치면 아예 배를 경운기로 끌어 뭍에 올려다 놓는다, 물때를 맞춰 조업을 나갈 때에도 경운기가 동원된다. 김 씨도 조업을 마친 후 배를 경운기로 끌어 올렸다. 이 작업을 위해서는 비록 장화차림이라지만 바닷물에 뛰어들어 허리춤까지 적셔야 한다.
"우리는 부부사이가 나빠질 수가 없시요. 맨날 이렇게 뱃전으로 서로 올려주고 손을 잡어주고 허야 하니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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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엉덩이를 방바닥에 붙였는가 싶으면 또 오후 그물걷이에 나서야 하고, 내일 새벽 바다가 부부를 기다린다.
"암튼 도시 양반들은 비싸다고만 하덜 말구 맛나게들 자셔야 한다니께요."
▶가을 꽃게, 이렇게 먹어야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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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가을 미식의 대명사 '전어(錢魚)'
▶제철 맞은 전어
'집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를 맡고 돌아온다'는 전어철이다. 가을 전어가 맛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봄에 태어나는 전어는 여름을 거치며 살을 찌워 가을부터 월동준비에 들어간다. 그 중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르는 때가 이즈음이다. 봄에는 100g당 지방이 2.4%에 이르지만 9월경이면 6%로 늘어나고 뼈조차 부드러워진다.
전어는 성어가 되면 한 뼘 정도 자란다. 맛은 중간 크기(20cm)에 육질이 탄력 있고 불그스름한 기운을 띤 것이 최고다. 여름 전어는 기름기가 적고 겨울 것은 뼈가 억세 가을 전어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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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귀해지는 전어
전어는 청어목 청어과의 바닷물고기이다. 몸길이 15~31㎝ 가량으로, 등쪽은 암청색, 배쪽은 은백색을 띤다. 우리나라 남해와 동중국해, 일본 중부 이남에도 서식한다. 수심 30m이내의 연안에서 주로 살고, 남쪽에서 월동하다 북상해 산란한다. 우리로 치자면 대체로 충청,전라, 경남 해안 일원이다.
전어잡이는 간조와 만조 사이 연안에 바닷물이 가득들 때 주로 이뤄진다. 뱃머리에서는 노련한 갑판원이 물위로 뛰어오르는 전어 떼를 육안으로 관찰하고, 선장은 어군탐지기를 동원해 이들의 이동을 체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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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어 미식기행 1번지로 꼽히는 충남 서천군 홍원항 일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서천 '전어-꽃게축제'(9월24일~10월 9일)를 준비 중인 서천군 서면 김대준 개발위원장(60)은 "그간 전어의 작황이 신통치 않았지만 대목을 앞두고 전어 떼가 홍원앞바다에 자주 출몰하고 있어 축제를 할 즈음이면 맛좋은 전어를 실컷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해는 축제의 명칭을 아예 '전어-꽃게축제'로 바꿨다. 가을철 서천 앞바다에는 전어 말고도 꽃게도 많이 나기 때문이다.
한편 전어와 함께 서해안 가을 별미로 통하는 대하의 작황은 확실히 좋지가 않다. 어민들은 올여름 비가 많이 내려 연안 바닷물의 담수화가 진행 된 것을 그 요인으로 꼽고 있다.
▶전어 이렇게 먹는다='대가리 속 참깨 서 말'이라는 말이 따라붙듯 예로부터 전어는 기름이 많아 맛이 고소하고 담백한 생선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는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해 서울에서 파는데 귀천의 구분 없이 모두 좋아했다. 맛이 뛰어나 이를 사려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 했다"고 예찬을 해두었다. 실학자 정약전도 자산어보'에 "전어는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고 기록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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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을 따지자면 회나 무침이 좋다. DHA와 EPA, 타우린 등은 열을 가하면 손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마늘, 양파, 당근, 오이, 깻잎 등 갖은 채소를 함께 넣어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는 회무침은 지방이 많은 가을전어의 기름진 맛을 없애준다. 때문에 담백-매콤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입맛 돋우기에 최고다. 또 야채까지 섭취할 수 있는 건강식인데다 밥 한 덩어리 넣고 쓱쓱 비벼 먹는 마무리로 포만감까지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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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는 젓갈로도 유명하다. 젓갈 중 으뜸으로 꼽혀 온 전어 젓은 내장 가운데 하나인 '밤'만으로 담그는 전어밤젓, 전어의 내장만을 모아 담근 '전어속젓' 등 으뜸 밥반찬으로 꼽힌다.
◆여행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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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성 마을에는 허가를 낸 횟집이 있다. 이들 식당에서 꽃게 등을 맛볼 수 있다.
▶꽃게 산지 택배=월하성 마을 김영두 씨(041-952-0594) 등 어민들로부터 꽃게 대하 등을 구할 수 있다.
출처 : 싱글 클럽(여행/산행/친목/만남)
글쓴이 : 핑크(천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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