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67년 지어진 구옥을 외벽만 두고 모두 개조해 새집으로 탈바꿈시켰다. 대지면적 72.7㎡(22평), 건축면적 49.5㎡(15평)의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수직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2층에 다락을 두어 침실과 아기 놀이방으로 꾸미고, 처마 밑 틈새공간에도 수납장을 짜 넣었다.

 1 인더스트리얼 느낌의 철제 계단 밑에는 작은 고가구와 전축 등을 놓아 빈티지한 느낌을 더했다. 2 옷장 대신 방 하나를 드레스룸으로 활용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철제 계단의 모양을 따라 문을 비스듬히 제작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3 침실 밑에 위치한 김도현 씨의 작업실 내부 모습. 높낮이가 있는 바닥 구조를 그대로 살려 특색 있는 공간을 완성했다.
 4 김도현 씨의 작업실 문은 책장으로 제작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얼핏 보면 단순한 책장이지만 책장을 열고 들어가면 김도현 씨의 작업실이 나온다.
집으로 행복을 짓다
‘짓다’는 말은 참 아름답다. 밥을 짓고 집을 짓고 옷을 짓고. 우리의 의식주를 이루는 것들은 모두 이 ‘짓다’라는 말에서 생겨난다. 실내건축디자인을 전공한 인테리어디자이너 김도현 씨는 집을 지어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이다. 항상 다른 이의 집을 짓던 그가 이번에는 겔랑 메이크업 교육 담당으로 있는 아내 이선미 씨와 5월에 태어날 아기를 위해 아파트에서 1967년 지어진 구옥으로 집을 옮겨 그들만의 따뜻한 보금자리를 새롭게 꾸몄다.
“지은 지 30년도 넘은 11평 아파트에서 살았어요.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라도 더 나은 집이 필요했죠. 그런데 예산은 한정돼 있어 큰 집엔 못 들어가잖아요. 그래서 작은 구옥을 찾아 취향대로 개조해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고 6개월 동안 서울 시내 곳곳을 샅샅이 찾아 지금의 이 집을 만나게 됐어요.”
인테리어디자이너 김도현 씨는 집을 구할 때 그만의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골랐다. 우선 수직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높은 천장으로 좁아도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어야 했고, 볕이 잘 드는 남향이어야 했다. 일조권에 방해가 되는 요인이 있다면 과감히 제외했다. 넓지는 않아도 야외를 활용할 수 있는 마당 역시 필수조건이었다. 49년이라는 시간이 말해주듯 이 집은 무척 낡고 볼품없었지만 이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 운명 같은 집이었다. 그는 이 집의 외벽만 그대로 두고 모두 새 옷으로 갈아입혔고, 집을 리노베이션하면서 과정 하나하나를 ‘47살 고택 살리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주택 리모델링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 다락 구조의 침실과 마주하고 있는 오픈형 주방. 집 구조에 따라 ㄱ자로 싱크대를 짜 넣고 한쪽 벽면에 선반을 달아 개방된 느낌을 연출했다. 싱크대 앞에는 김도현 씨가 풍물시장에서 직접 구입했다는 오래된 부엌문으로 제작한 테이블을 놓았다. 테이블을 삼각형 모양으로 디자인해 넓은 동선을 확보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1 천장을 통해 하늘의 풍경과 햇빛이 고스란히 들어오는 2층 침실. 가구와 소품을 최대한 배제해 넓고 깔끔해 보이는 공간을 연출했다. 2 주방 옆에 위치한 2층 다락방 모습. 새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 놀이방으로 꾸미는 중이다.
 3 1층 마당. 데크를 깔고 곳곳에 화분을 배치해 미니 정원을 꾸몄다. 철제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2층 테라스가 있다. 4 동네가 훤히 보이는 2층 테라스에는 미니 화단을 제작하고 테이블과 의자를 두어 휴식 또는 파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꾸몄다.
 5 주방과 마주하고 있는 거실. 소파 대신 방석과 쿠션 등으로 좌식공간을 만들었다. 수납 기능까지 있는 좌식 테이블로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수납 , 그리고 수납
좁은 집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는 수납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벽지 대신 공간을 확장돼 보이게 하는 화이트 페인트로 실내를 모두 도장했다. 몰딩과 같이 공간에 경계를 지게 하는 것들은 모두 배제해 시각적으로 벽과 천장이 이어지는 듯한 효과를 줬다. 그리고 수직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다락을 제작하고 그 공간을 침실과 아이 놀이방으로 만들었다. 소파를 두거나 옷장, 책장 등의 가구를 들이면 그만큼 공간이 좁아지기 때문에 벽에는 선반을 달거나 가전은 빌트인으로 깔끔하게 제작하고, 집 안 곳곳 틈새공간에 모두 붙박이장을 짜 넣어 자질구레한 살림살이들을 말끔히 수납했다.
또 수납과 더불어 그가 집을 지으면서 염두에 둔 것이 바로 ‘따뜻함’이었다. 아무리 정리 정돈이 잘된 깔끔한 집이라도 온기가 풍기지 않는다면 그에게는 의미가 없는 집이었다. 집 안 곳곳에 초록 식물을 두고, 오랜 손때가 묻은 작은 고가구나 전축 등의 소품으로 따스함을 불어넣었다. 천장에 창을 내 하늘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게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길을 기다가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지나가면 별로 기분이 안 좋잖아요. ‘오늘 뭐 입지?’, ‘뭐 먹지?’ 등은 고민하면서 정작 어디에서 어떻게 살지에 대한 고민은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남보다 넓은 평수에 좋은 가구들을 꽉 채워 살아야 잘 사는 것이 아니잖아요. 직접 리폼을 하든 업체에 의뢰를 하든, 모든 사람이 다 다른 것처럼 집 또한 어떻게 나에게 맞게 꾸며볼까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크고 화려한 집보다는 작은 집에서 그들만의 실용적인 행복을 찾기 시작한 김도현 씨. 그의 썬디하우스는 오늘도 봄 햇살을 가득 불러 모아 행복과 온기가 가득 배어난다.

썬디하우스에서 찾은 수납 아이디어
1 숨은 천장도 다시 보자. 벽과 천장이 연결된 곳에 철제 선반을 달아 잘 보지 않는 책이나 소품 등을 정리해두었다. 수납은 물론, 밋밋한 공간에 포인트로 두기에도 좋다. 2 100년 된 부엌문을 상판으로 활용한 테이블. 테이블 밑에도 물건을 정리할 수 있는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3 벽면 가득 수납장을 활용하면 따로 가구를 사지 않아도 물건들을 말끔히 정리할 수 있다. 거실 맞은편 욕실로 이어지는 벽면에 벽장을 가득 짜 넣어 살림살이들을 수납했다. 4 무심코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처마 밑도 꼼꼼히 챙기자. 처마 밑은 지붕과 천장 사이의 비어 있는 공간인데, 철 지난 이불이나 가전제품 등을 정리해두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5 1층에 꾸민 아이 방 벽면에 직사각형으로 구멍을 뚫어 수중 식물을 올려두었다. 가습은 물론 아이가 머무는 방 내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일석이조. 6 무조건 숨기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테이블 상판을 만들고 남은 고재를 활용해 싱크대 상부장 선반을 만들었다. 자주 쓰는 식기나 주방 소품 등을 보기 좋게 정리하고 장식했다.
사진 강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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